국가 신용등급 하락…대출 부담 커진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1으로 강등하면서, 소비자 금융 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무디스는 지난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연방 재정 적자 확대를 주요 이유로 들며 등급 하향 조정 배경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2017년 단행한 감세 조치를 영구화하려는 움직임이 연방정부 부채를 수조 달러 더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어느 곳에서도 최고 등급을 유지하지 못하게 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피치는 2023년에 각각 신용등급을 하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무디스의 이번 조치에 대해 ‘예고된 수순’이라고 입을 모았다. 손성원(사진)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 금융경제학 교수는 “국가 신용등급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국가 부채와 국내총생산(GDP) 간 비율인데, 부채가 너무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 비율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간 재정적자는 약 2조 달러로, GDP의 6%에 해당한다. 무디스는 이 비율이 향후 10년 이내에 9%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용등급 하락은 소비자 금융에도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 신용이 낮아지면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이는 모기지, 오토론, 크레딧카드 등 주요 소비자 대출 이자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레링 웰스파고 투자전략연구소 글로벌 채권 전략 책임자는 “이번 하향 조정은 소비자 대출 전반에 광범위한 금리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시장은 반응하고 있다. 등급 하향 직후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를 돌파했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4.5%를 넘었다. 특히 10년물 국채에 연동하는 모기지 이자율은 조만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크레딧카드 대출, 오토론 등 단기·중기 대출 상품의 이자율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손 교수는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모든 이자율이 결국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도 앞으로 점진적으로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등급 강등을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려면 감세 확대보다 재정 균형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원희 기자신용등급 국가 국가 신용등급 신용등급 하락 소비자 대출